본문 바로가기

[번역] 길을 잃은 새(Stray Birds)_1~50

by zip_going 2023. 9. 11.

 「기탄잘리」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라빈드라나드 타고르(Rabindranath Tagore)의 또 다른 시집 「길을 잃은 새」를 번역해봤습니다. 시의 일부를 어디선가 읽고 아름다운 문장에 감동받아서 한국어 번역본을 찾아봤는데, 아쉽게도 전문 번역본이 없어 직접하게 되었습니다. 비전문가라 오역과 의역은 미리 양해부탁드립니다. 
 번역하면서 가장 고민한 부분은 시적 화자의 말투였는데 원문에도 담담한 독백, 청하는 말, 대화, 충고, 기도문이 뒤섞여 있는 것 같아서 일관성을 조금 포기했습니다. 
이 포스팅은 1~50번 문단까지 번역한 것이고, 다음 포스팅에서 326번 문단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원문 출처: 프로젝트 구텐베르크 https://www.gutenberg.org/ebooks/6524


 

길을 잃은 새

-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1
여름의 길 잃은 새들이 내 창에 와서 노래하고는 날아간다.
그리고 노래하지 않는, 가을의 노란 잎들이 흩날리고 한숨과 함께 떨어진다.
 
2
세계를 떠도는 작은 유랑극단이여, 나의 말 속에 그대들의 발자국을 남겨 주십시오.
 
3
이 세계는 자신이 사랑하는 이에게 광활함이라는 가면을 벗어보인다.
세계는 하나의 노래처럼, 한 영원한 존재의 입맞춤처럼 작아진다.
 
4
대지에 미소를 꽃피우는 것은 대지(her)의 눈물이다.
 
5
위대한 사막은 고개를 젖고 웃고 날아가버리는 풀잎에 대한 사랑으로 불타고 있다.
 
6
만약 당신이 태양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린다면, 별들도 그리워하는 것이다.
 
7
춤추는 물이여, 그대 가는 길의 모래알들이 당신의 노래와 움직임을 청합니다. 절뚝거리는 그들의 짐을 덜어주겠습니까?
 
8
그녀의 우수에 찬 얼굴이 밤중에 내리는 비처럼, 내 꿈에 끊임없이 떠오른다.
 
9
한때 우리는 서로가 낯선 사람으로 존재하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 깨어나자 우리가 서로에서 소중한 존재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10
슬픔은 침묵하는 나무들 사이의 저녁처럼 평화롭게 입을 닫고 있다.
 
11
하늘거리는 산들바람처럼, 보이지 않는 손가락들이 내 마음 위에 파문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12
"바다여, 당신의 언어는 무엇입니까?"
"영원한 질문의 언어."
"하늘이여, 당신의 대답의 언어는 무엇입니까?”
”영원한 침묵의 언어.”
 
13
들어라, 나의 심장이여. 세계가 당신을 사랑하기에 속삭이는 소리를.
 
14
창조의 신비는 밤의 어둠과도 같이-위대하다. 지식의 망상은 아침 안개와도 같다.
 
15
벼랑이 높다하여 그대의 사랑을 그 위에 두지 말라.
 
16
나는 오늘 아침 이 세계가 행인처럼 잠시 머물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떠나는 창가에 앉는다.
 
17
이 작은 생각들은 잎사귀들의 부대낌; 내 머릿속에서 그들은 즐거움으로 속삭인다.
 
18
당신이 누구인지 당신은 알 수 없고, 당신이 보는 것은 당신의 그림자이다.
 
19
제 소망은 어릿광대들이고, 그대의 노래 속을 뛰어다니며 소리칩니다, 주여.
다만 귀 기울여 듣게 하소서.
 
20
나는 최선을 선택하지 못한다.
최선이 나를 선택한다.
 
21
전등을 등에 지고 가는 사람은 자신 앞에 그림자를 떨어뜨린다.
 
22
나는 삶이라는 영속적인 경이로움 속에 존재한다.
 
23
"우리는, 부대끼는 잎사귀들은, 폭풍우에 답하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건만, 이렇게 침묵하고 있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는 단지 꽃 한송이일 뿐입니다."
 
24
눈꺼풀이 눈에 달려 있는 것처럼 휴식은 노동에 뒤따라 온다.
 
25
인류는 갓 태어난 아이이고 인류의 힘은 성장의 힘이다.
 
26
신은 태양과 대지에 관한 대답이 아닌, 신이 우리에게 보낸 꽃들에 관한 대답을 기대한다.
 
27
초록잎들 사이에서 벌거벗은 아이처럼 노니는 빛은, 인간이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행히도 모르고 있다.
 
28
아름다움이여, 그대를 사랑 속에서 찾고, 그대 거울 속 뽐낸 모습에서 찾지 말라.
 
29
내 심장은 세계의 해변에 파도가 치게 하고 눈물로써 서명을 써내린다, "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라고.
 
30
"달이여, 당신은 무엇을 기다립니까?"
"내가 길을 열어주어야 할 태양에게 경의를 표하려고 합니다."
 
31
나무들은 말 없는 대지의 간청하는 목소리처럼 내 창가로 온다.
 
32
그의 온전한 아침들은 신에게 있어 새로운 경이로움이다.
 
33
생은 세계의 요구로 자신의 재산을 얻고, 사랑의 요구로 자신의 가치를 찾는다.
 
34
마른 강바닥은 자신의 과거에 감사하다는 말이 없다.
 
35
새는 자신이 구름이길 바란다. 구름은 자신이 새이기를 바란다.
 
36
폭포는 노래한다, "나는 내 자유를 찾으면서, 내 노래를 찾습니다."
 
37
나는 왜 이 심장이 침묵속에 사그라드는지 말해 줄 수 없다.
심장이 요청하거나 알고있거나 기억하거나 한 적 없는 작은 요구 때문에.
 
38
여자여, 당신이 집안일을 하며 돌아다닐 때, 갈비뼈가 자갈 사이를 흐르는 언덕의 개울처럼 노래합니다.
 
39
태양은 동쪽을 향해 마지막 경례를 남기고, 서쪽 바다를 건너간다.
 
40
입맛이 없다하여 음식을 탓하지 말라.
 
41
나무는 대지의 갈망인 양, 천상을 엿보기 위해 까치발을 들고 서 있다.
 
42
당신은 미소지었고 나에게 아무것도 얘기하지 않았고 나는 이것이 내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것이라고 느낀다.
 
43
물 속의 고기는 침묵하고, 대지 위의 동물은 시끄럽고, 대기의 새들은 노래하지만,
인류는 내면에 바다의 침묵과, 대지의 소음과, 대기의 음악을 가지고 있다.
 
44
이 세계는 슬픔의 음악을 자아내는 망설이는 마음의 줄 위를 질주한다.
 
45
그는 그의 무기를 자신의 신으로 만들었다.
그의 무기가 승리할 때 그는 스스로 패배한다.
 
46
신은 창조를 통해 스스로를 발견한다.
 
47
그림자는, 자신(her)의 베일을 늘어뜨리고, 조용한 사랑의 발걸음으로, 비밀스러운 온화함 속에서 빛을 따라간다.
 
48  
반딧불이처럼 별들은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49
내가 힘의 바퀴 중 하나가 아니라 그 바퀴에 치이는 살아있는 생명체들과 함께이므로 그대에게 감사한다.
 
50
날카롭지만 넓지 않은, 생각은, 매 지점에 꽂히지만 움직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