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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생활/일상

오래된 미국 아파트, 갑자기 정전 됐다면 조치 방법

by zip_going 2025. 2. 19.

 

 
내가 사는 곳은 연식이 꽤 있는 아파트먼트다.
오래된 만큼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해서 심심할 틈이 없다.
 
 
쥐(rat은 아니고 mouse)가 책상위에 둔 과자를 훔쳐먹는다거나
창문을 닫았을 뿐인데 유리가 박살난다거나 
욕실 수도꼭지가 안잠겨서 샌다거나...

쥐는 라면 스프도 뜯어 먹는다

 
 
최근에는 부엌 전자레인지만 돌렸다 하면 전기가 나갔다.
배는 고프고 원인은 모르고 해서 급하게 연락하면 관리인은 십중팔구 이렇게 대답한다.
 
 
"지하실 내려가서 전기 좀 손 보세요."
또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집주인에게 연락하세요."
 
 
관리인은 엄청 친절한 청년이다.(정말로)
친절한 말투로 자기주도적 해결을 할 것을 권장한다.
 
 
새삼스레 한국의 경비아저씨들의 친절함과 유능함에 감사하면서
한 편으로 그간 한 개인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해 왔던 것이 아닌가 하는 잡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미국에서는 단독주택에 살든, 아파트에 살든 
초보적인 수준의 집수리 방법은 알아야 하는 것 같다.
 
 

첫 번째 조치

우리집 부엌만 딱 정전됐다고 하니, 관리인은 지하실 두꺼비집을 살펴보라고 안내했다.
세탁할 때 말고는 지하실에 가 본적이 없는데 거기 뭔가 있나 보다. 

지하실로 통하는 문을 열어 낡은 계단을 내려가보면

 

먼지 쌓인 두꺼비집이 나온다

 

두꺼비집 스위치가 4개 있는데, 위에 스위치 두개는 아래로 내리고
아래 스위치 두개는 위로 올리라고 친절하게 화살표까지 그려져 있다.
 
스위치 조작하다가 감전돼서 지하실에 혼자 쓰러져 있을까봐 무서웠다...
왜 스위치가 자기 맘대로 움직인 건 지 알 순 없었지만, 일단 문제는 해결됐다.
 
 
 

두 번째 조치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또다시 부엌이 정전됐다.
만두 데워 먹으려고 전자레인지 돌렸을 뿐인데...
 
배운대로 지하실에 가서 올라간 스위치를 계속 내렸으나
결국 스위치도 말을 안 듣게 되었다.
 
집주인에게 연락하니 퓨즈가 끊긴 것 같다며
창고에서 여분 퓨즈를 갈아끼우라고 했다.
 
그렇다. 이 오래된 집은 전자레인지를 돌리고 가스불 점화를 동시에 하면
전력량 초과로 전기를 차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기 좀 그만쓰라는 구조신호를 무시하고 있던 셈.
이번에도 감전될까바 쫄면서 셀프 수리를 위해 움직였다.
 
우선 지하실에 내려가서 두꺼비집 전기를 다 차단했다.
손에 주방용 고무장갑까지 야무지게 끼고 창고에서 꾸러미를 꺼냈다.

 
 

샤워 헤드, 호스 연결부, 전지 등등 소모품들이 들어있었다.
퓨즈가 꽤 많았는데 원래 교체할 일이 잦은 모양이다.
없으면 근처 철물점(hardware store)에서 규격 맞는 걸로 사야 한다. 
 

 
 
부엌 근처 벽에 있는 금속 문을 잡아당겼더니 퓨즈들이 있었다.
이것도 우연히 찾은 거라 다른 아파트 퓨즈집도 이렇게 생겼는지는 모르겠다.

 
 

퓨즈가 4개인 이유는 각 방마다 전원을 따로 쓰기 때문이다.
교체가 필요한 퓨즈는 가운데 선이 끊어져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나사 돌리듯이 빙글빙글 뺐다 꼈다하면 교체 끝.
 
 
겨울이 점점 더 추워지는데 다사다난한 우리 아파트
난방 온수관 파손만 안일어났으면 좋겠다^_^
 
 
 
 

 
투명한 창으로 내부를 들여다봤을 때 합금 부분이 녹아서 끊어져 있으면 교체해야한다.끊어진 퓨즈는 바로 버려버려서 멀쩡한 퓨즈로 설명사진을 대체한다.